아직까지도 가끔 군대를 다시 가는 꿈을 꾼다.
그만큼 군대가 나의 인생에 있어서 트라우마를 안겨준 곳이었는지 모른다.
과연 나는 2년이 넘는 귀한 시간을 군대에서 무얼 얻기위해 갔는지 생각해 봤다.
상하관계확립, 자유에 대한 갈망, 곡갱이질...
흔히들 어른들이 말하는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철이든다.". "군대에서 사회생활을 배운다." 이런 종류의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과연 군대에서 철이 드는 것일까? 그럼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은 철이 없는 것일까?
나의 경험으로는 군대에서 철이 드는 것이 아니라 집에 대한 그리움에서 나오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말하고 싶다.
철이 든다는 것은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게 된다는 것인데 부모님의 입장이 되보지 않고서는 철이 들 수 없다.
나조차도 아직 진행중이고 두딸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 되보니 부모님의 사랑을 이제 반쯤은 이해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군대를 갔다와야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사회에서 여성에 대해 남자들끼리 얘기 할때 "여자들은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개념이 없다." 는 말들을 종종 듣곤 했다.
나도 처음엔 이말에 동의를 했다.
남자라서 군대 갔다온 것도 억울한데 티비에서 "그래서요?" 라며 깔깔 거리는 여자들을 보고 한때는 그런 여자들를 혐오하기도 했다.
사회생활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접근해 봐야 한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남자들과 여자들의 차이가 느껴진다. 그리고 남자중에서도 군대를 갔다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있다.
1. 상사의 지시를 잘 따르고 적당히 아부할 줄도 알며 불합리 하더라도 시키면 군소리 없이 일을 한다.
2. 상사의 지시가 내려오면 그 지시가 합당한지 부터 생각해 보고 타협해서 일을 시작하며 불합리한 일이 들어올 경우 그에 따른 대가를 따져가며 일을 한다.
당신은 1번과 2번중 어느쪽에 속하는가?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1번쪽일 것이고 1번쪽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회생활 잘한다.' 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나의 경우는 군대 가기 전에는 2번 이었다가 군대 갔다오고 30초반까지는 1번에 속해 있었고, 30중반 이후는 생각만 2번쪽으로 가고 있다.
크게 생각해 보자.
본인이 직장의 상사이고 직장의 CEO 라면 1번과 2번의 직원중 누가 좋을까?
당연히 1번일 것이다.
합리적이진 않더라도 조용히 일하는 직원이 더 편하고 좋지 않을까?
어떠한 의견을 냈을때 "그냥 조용히 니 할일이나 해." 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두려운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된다.
개인의 창의성은 무시한채 직원을 그저 도구로만 활용했을때의 결과가 오래 간다 생각하진 않는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사람들의 생각들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이때에 기업들도 바뀌어야 한다.
1번과 2번을 이렇게 바꿔보자
1. 직원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적당히 칭찬해주며 불합리한 불평들을 하더라도 군소리 없이 들어주며 독려한다.
2. 직원의 불평들이 들리면 그 불평들이 합당한지 생각해보고 타협해서 일을 지시하며 불합리한 요구가 들어올 경우 그에 따른 대가를 따져가며 일을 지시한다.
당신이 CEO 라면 어느쪽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는가?
개인적으로는 1번은 좋은 CEO가 될 수는 있겠지만 모든 직원의 불평을 다 들어 줄수는 없을것이고, 이에 비해 2번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앞서 질문했던 것도 지금 보니 2번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나의 이런 말이 군대를 가면 안된다는 말로 오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분단이 되어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위협으로 부터 가족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희생을 감수하며 국가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군대의 문화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군대를 갔다와야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한 것은 나의 생각으로는 틀리지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군대를 갔다왔다고 해서 본인의 일반화된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으로 살 것인지 합리적인 사람으로 살 것인지는 본인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